2008년 9월 8일 월요일

어느 웹 여행자의 푸념



20xx x월 x일...Kor82행성... 내 대형 PDP TV에선 오늘의 필독서라는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패널들의 지루한 홍보성 질문들이 끝나고 어느 여행 가이드가 무대에 올라왔다.
그의 왼손에 들린 작은 책자가 내 눈길을 끈다.
푸르다 못해 쪽빛을 띤 표지엔 하얀 잉크로 쓴듯한 제목이 불분명하게 보였다.

여행 가이드의 목소리엔 강한 힘이 실려있었다. 밀려오던 잠이 퍼뜩 달아난다.
"Kor82 행성은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이곳의 여행자에겐 맞춤식 안내서가 필요하죠."

그렇다. 그건 Kor82 행성의 포털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였다.

가이드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1. 마스터 시스(MS)의 익스 항공을 이용하세요
 2. 고유번호가 X인 액티브 카드를 지참해야 합니다.
 3. 딘 w.오(Din w.ow)747 우주선을 적극 추천합니다.  
.... 어쩌구 저쩌구 ...."

그가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난 채널을 돌려버렸다.
난 저 책을 몇년 전 바캉스 시즌에 여행사를 통해 벌써 읽은 뒤였다.
가이드에게 떠밀리듯 소개받아 지금까지 익스 항공을 이용해왔다.
꼭 익스본점이 아니라도 맥슨이나 웸바 혹은 WJ등의 익스계열사를 주로 이용했다.
(확실히 Kor82행성안의 포털 여행은 익스항공이 편하다. 아니 이용해야만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수년간 익스 항공은 복잡한 수속절차로 악명이 높았다.
(생각해보니 Kor82 행성에서만 유독 그런것 같다..)

내가 다른 항공사를 이용해보지 않은건 아니다.
유로파 행성의 에어로-피(Aero-P), 오랜 전통의 케이프 네스트(Cape-Nest)
서비스 패키지가 많은 폭스 페리(Fox-Feri),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질라모(Zilamo) 항공사도 이용해봤다.


몇개의 채널을 더 돌리면서 시원한 맥주를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이놈의 TV는 왜 광고만 쏟아내고 있는거야?"
화를 내며 리모컨을 던지려던 찰나, 새로운 항공사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여행지 검색 서비스로 유명한 회사다.
그런 대기업이 이번에 항공사를 만들었다. 이것저것 떠들어댄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광고가 좀 길다.
그런데 익스항공의 액티브 카드를 이용하게 해준다고? 반가워해야 하나? 왜?
〃난 액티브 카드 없어도 되는 항공사를 이용하고 싶은데... Kor82는 전혀 특별하지 않아. 비정상일 뿐이야.
럭시-N(Luxi-N) 우주선 이용자는 어떡하라는 거야? Kor82는 뭐 금 발라놓은 행성인거야?〃
스르르 눈이 감긴다. 맥주 한캔에 잠을 청하긴 처음이다.
내일 출장이 있는데..  별수없이 거래처까지 익스 항공을 이용해야 겠다. 이곳에선 그게 최선의 방법이니까.



댓글 16개:

  1. 아주 재밌게 봤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여행사들과 상품명이 아주 인상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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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정일 - 2008/09/08 16:23
    감사합니다.

    재미있는 내용은 아닌것 같은데 재미있으시다니.. 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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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의미심장한 글 재밋게 잘 봤습니다. 후속편(!)도 기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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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파초 - 2008/09/08 17:51
    아이쿠.. 후속편을 생각하고 계시다니. ^^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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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크롬의 activeX 지원에 대한 말이 많네요. 크로니엄에서만이라도 제거되었으면 좋겠네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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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Mr.Dust - 2008/09/08 20:51
    네.. 정말로 지원 계획이 잡혀있었군요. 다 뒤적거려 본건 아니지만.. 왠지 좀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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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rackback from: 마이크로 소프트가 만들어 준 기회 - IE 8의 ActiveX 기능 제한, 그리고 우리나라 인터넷 금융의 혼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출시 예정인 새 인터넷 브라우저 익스플로러(IE) 8 출시에 대해 인터넷 금융에 대혼란이 온다는 둥 말이 많은가 보다. 다음의 기사 "MS 새 웹 브라우저 금융기관 골칫덩이로" 참고.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관련하여 공지 사항이 떠 있다. 제목은 무려 "IE8.0 출시에 따른 전자금융 대응방안 마련". 금융감독원이 알고 있는 인터넷 브라우저는 오직 IE 뿐인가 보다. 게시글이나 첨부된 IE8.0 출시에 따른 전자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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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익살스런 글 잘 읽고 갑니다. ^^ 트랙백 걸어둘게요. 전 에어로P 항공사 이용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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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youngjr - 2008/09/08 21:27
    반갑습니다. ^^ 저와 같은 항공사 이용자시군요.

    다음 청원도 잘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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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재아 - 2008/09/09 00:43
    늦은시간에 방문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마침 드라마보다가 잠깐 들어왔는데..

    재아님 블로그 평소에도 자주 눈팅(?) 하고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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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trackback from: IE ActiveX와 Chrome, 인터넷뱅킹에서부터 맞짱
    기대는 안했지만 역시 ActiveX는 문제가 있는 놈이다. IE를 버릴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ActiveX의 볼모로 잡혀있는 인터넷뱅킹 사이트들때문이다. 아예 대놓고, IE 아니면 사용도 못하게 하겠다는 엄포부터 놓는다. IE를 위한 Microsoft를 위한 대한민국 1등 은행의 인터넷뱅킹 화면이 뿌리는 당당한 메시지다. IE 아니면 거들떠 보지도 않겠노라는 선언... 표준이 이토록 절실한 이유가 바로 이런 폐해때문이리라. 독점의 폐해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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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재미있네요 오랜전통의 케이프 네스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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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비밀 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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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Anonymous - 2008/09/12 18:03
    댓글 감사합니다. ^^

    빨리 사팔이로도 편안한 여행이 가능한 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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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The케이아스 - 2008/09/12 14:46
    솔직히 재미있게 쓸려고 한건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아..어디 항공사 이용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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