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7일 수요일

길쭉이가 꽃을 피웠습니다.

집에서 키우고 있는 선인장 3인방중 하나인 '길쭉이'가 꽃을 피웠다.
선인장은 꽃 보기가 어렵다고 주워들은것 같은데.. 뭐 좋은 일이라도 생길려나 보다.

아쉽게도 피기전 꽃 봉우리 사진은 못 찍어뒀다.
그런데 뭐랄까.
내가 기대한건 아름다운 꽃이었다.
길쭉이가 처음 꽃봉오리를 수줍게 매달고 '날 좀 봐요' 했을때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거다.
아니 솔직히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꽃 봉오리는 탐스러웠다.
붉으스름한 빛이 감돌면서 끝이 약간 꼬여서 말려있는 풍성한 곡선은 아름다운 여체를 떠올리게 했으니까.

오늘 내일 하며 집에 돌아올때마다 언제 꽃이 피나 가슴을 졸여왔다.
꽃이 피려고 하면 물을 주지말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것 같아 물도 주지 않았다.
(사실 난 선인장들에게 물을 준 기억이 거의 없다.1년 동안 손에 꼽을 정도로 준것 같다.^^;)
그러던차에 오늘 녀석은 내가 없을때 살며시 비밀의 문을 열어젖혔다.
마치 내가 보면 안되는 이유라도 있는것처럼.

솔직히 오늘 길쭉이를 보는 순간 약간 기겁을 하고 말았다.
내 예상과는 너무나 다른 외계식물(?)같은 모습에 실망을 금치 못했다.
'신체 강탈자의 침입'에서나 나올법한 모양새가 미안한듯 길쭉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래도 찬찬히 뜯어보니 아주 밉상은 아니다.
솜털도 북실북실한게 만져보면 간질간질 하다.
달콤한 향도 조금 있는것도 같다.

길쭉이 녀석의 꽃이 내 기대와 다르게 생겼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선을 그어놓고 길쭉이를 평가하는건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길쭉이도 내게 할말은 많을거다.
아무리 선인장이지만 물을 너무 안 주는것 아니냐고.
평소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꽃이 필때만 애지중지 하던 주제에 너무하지 않냐!! 정도?

 
그래 미안하다. 길쭉아.
못난 주인을 용서해다오.
너의 그 어여쁜 얼굴을 공개하마. 이제 화를 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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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이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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